나의 20대의 낭만 그리고 40대를 훌쩍 넘긴 지금 느끼는 낭만 그 온도차이가 너무 극명하다 바람이 많이 부는 오후 낙엽이 사방으로 흩날리는 모양을 따뜻한 커피 한잔을 들고 바라보며 생각했다' 아.. 젠장 아침에 청소했는데..'
20대의 낭만
20대의 언젠가 남자친구와 주문진에 갔었다 왜 차가 없이 갔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우린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밤이 늦어서야 주문진 항에 도착을 했다 회를 좋아하는 나와 초장이 없으면 회를 못 먹는 남편 우리 둘은 허기진 배를 붙잡고 어느 허름한 횟집으로 들어갔다 회를 주문하고 아마 청하를 함께 주문했던 것 같다 둘러보니 테이블은 우리 밖에 없었고 테이블엔 노란 백열등 전구가 가운데로 길게 내려와 있었다
회와 술이 나와서 딱 한잔을 마셨는데 딱 그 순간 이 [낭만에 대하여]라는 노래가 나왔다 그때의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바람에 전구는 왔다 갔다 춤을 추었고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소리와 낭만에 대하여라는 노래 그리고 좋아하는 회와 추웠던 몸을 사르르 녹여준 술 한잔.. 내 20대의 전부를 함께 하던 사랑하는 사람까지 모든 게 너무나 완벽했던 그 '순간'을 나는 이 노래로 기억한다 나는 나의 낭만으로 기억한다
나의 낭만은.. 지금
그리고 흘러 흘러 몇 해 전 인생술집이란 프로그램을 보다가 조진웅 씨가 나와 이 노래를 부르는 걸 듣게 되었다 나와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그가 이 노래를 큰소리로 부를 때 나는 갑자기 잊혔던 내 20대의 완벽했던 어느 날이 생각이 났다 나의 잊고 있던 낭만이 생각났다 그가 부러웠다 좋아하는 것을 잃지 않고 사랑하는 것을 기억하며 그는 아직 저렇게 자신을 지키는 것 같았다
그냥 한잔할 이유를 찾기 위한 고민들이었는지 그 고민들 때문에 술을 놓을 수 없었던 것인지 20대의 나는 지금은 기억해 내지 못하는 고민들을 했었다 책을 이야기하고 세상을 이야기하던 겉멋이 잔뜩 든 내가 인사동 골목 끝 어디쯤 전집이나 생선 구이집에 아직도 있을 것만 같다고 생각을 했다
이제는 40대를 훌쩍 넘긴 아줌마가 된.. 내 모습이 보였다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면 주책이라 치부되어 되어 버리는 내 처한 현실이 서글퍼졌다 어쩌면 아버지가 "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인생~"을 부를 때 이런 마음 이셨을까? 하는 생각이 들었다
오늘의 나의 낭만은 나의 20대의 낭만을 추억하며 노래 한곡을 듣는 일인 것 같다
낭만에 대하여
궂은비 내리는 날
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
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
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
새빨간 립스틱에
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
실없이 던지는 농담 사이로
짙은 색소폰 소리 들어보렴
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
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 마는
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에
잃어버린 것에 대하여
밤늦은 항구에서
그야말로 연락선 선창가에서
돌아올 사람은 없을지라도
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 보렴
첫사랑 그 소녀는
어디에서 나처럼 늙어 갈까
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지는
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렴
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
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 마는
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에
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
낭만에 대하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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